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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의 부드러운 바람이 감잎을 스치며 지나가는 가을 아침, 한 가족의 특별한 귀농 이야기가 천천히 펼쳐지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이라는 화려한 도시에서 3명의 아이와 함께 바쁜 일상을 살던 한 부부가 어느 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감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무대가 전혀 다른 두 삶 사이에서 그들을 움직인 것은 바로 가족, 그리고 부모님의 부름이었습니다.
부부의 이야기는 20여 년 전 미국에서 시작됩니다. 어학연수를 위해 미국에 머물던 남편은 사범대 출신으로 교사가 되기를 꿈꾸고 있었고, 아내는 뉴욕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며 감각적인 삶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화려한 도시인 뉴욕에서 두 사람은 사랑을 이루고 결혼했고, 세 아이를 낳으며 안정적인 삶을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이민 생활의 정착이 쉽지 않았지만, 둘은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차근차근 가정을 세워나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국에서 날아온 한 통의 연락이 부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게 됩니다. 남편의 부모님이 운영하던 감 농장에서 귀농을 권유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뉴욕에서 쌓아온 삶, 세 아이의 학업, 그리고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농사의 세계. 그러나 부부는 결국 가족의 부름을 외면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함께 농장을 꾸려가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귀국 후 부부는 경남 함안으로 내려와 농부로서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도시 생활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감 수확 시즌이 다가오면 농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가 됩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감을 따고, 선별하고, 곶감을 만들기 위해 깎고 매다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사치처럼 느껴지는 계절이 바로 가을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부부가 홀로 감당하는 건 아닙니다. 그 옆에는 여전히 농장을 지키고 있는 남편의 부모님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70대 중반을 넘겼고 어머니 역시 오랜 세월 농장을 책임져온 베테랑 농부입니다. 사실 두 분은 아들의 귀농을 바랐지만, 막상 아들 부부가 내려와도 농사 일을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농업은 평생 몸에 밴 리듬이자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려오는 아버지의 조언과 지적을 듣습니다. “줄이 벌어졌어, 다시 묶어야지”, “감은 햇빛을 조금 더 받아야 해”, “곶감은 건조 속도가 제일 중요하다” 등등. 때로는 잔소리처럼 들리지만, 알고 보면 모두 농장의 발전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들입니다. 아내 역시 농장 한편에서 어머니의 지도를 받으며 감을 손질하고 곶감을 매달며 새로운 기술과 감각을 익혀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계절을 보내는 동안 가족은 더 끈끈해졌고, 낯설었던 농촌 생활에도 서서히 적응했습니다. 아이들은 뛰어놀 공간이 부족한 도시와 달리 자연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게 되었고, 부부 역시 도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연이 주는 평온함을 배웠습니다. 주변에서는 “뉴욕 생활을 버리고 농촌으로 오는 게 맞느냐”고 수없이 말렸지만, 지금 부부는 그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확신합니다.
특히 감동적인 이야기는 남편의 아버지에게서 시작됩니다. 아들 부부가 귀농한 뒤, 평생 배우지 못했던 공부에 대한 아쉬움을 떨치고자 틈틈이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농장 일을 하면서도 시간을 쪼개어 꾸준히 공부한 결과, 결국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 모두 합격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만학의 꿈을 이룬 그의 모습은 부부에게도 큰 자극과 감동이 되었습니다.
한편 아내는 플로리스트로서의 미적 감각을 농장 운영에도 접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곶감을 말리는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고, 농장의 브랜드 콘셉트를 세심하게 디자인함으로써 농장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도시에서 익힌 센스와 농촌의 따뜻함이 어우러져 농장은 점점 더 특별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부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 농사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니라 가족의 유대와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는 소중한 시간임을 깨닫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채울 수 없던 빈틈을 자연과 가족이 채워주고 있으며,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건강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선물하게 되었습니다.
감이 익어가는 속도처럼 부부의 삶도 한층 더 단단하게, 달콤하게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도시에서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이곳에서의 삶은 ‘함께 나이 들어가는 행복’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부부는 오늘도 감나무 아래에서 땀을 흘리지만, 그 어떤 삶보다 충만한 만족을 느낍니다.
이들의 귀농 이야기는 단순한 농촌 체험기가 아니라, 가족의 가치와 삶의 본질을 다시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감이라는 작은 열매 속에 담긴 노력과 사랑이, 이 가족의 일상을 더욱 깊고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이제 부부와 세 아이, 그리고 부모님까지 다섯 식구가 만들어가는 이 농장의 하루는 감처럼 달콤하게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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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토봉이곶감
주소: 경남 함안군 함안면 곶감1길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