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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한국기행은 대한민국의 숨은 비경을 찾아 떠나는 공간 여행. 역사와 풍습, 건축, 문화의 향기를 느끼고 전달하는 아름다운 시간 여행으로우리들이 모르고 있는 또 다른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살아있는 현장 다큐멘터리 방송입니다 10월 14일 방송에서는 60년 노포의 영업비밀이 소개가 됩니다 정말 한상 가득 상다리가 휘어지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아래에서 주문해보시기 바랍니다 한국기행 노포 순천 한정식집 주문아래를 통해서 주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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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순천의 도심 속, 빌딩 숲 사이를 지나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한옥 한 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오래된 기와지붕과 나무 문살이 어우러진 그곳은 수십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코끝을 스치는 된장 냄새와 구수한 밥 짓는 향기, 그리고 정겨운 웃음소리가 손님을 맞이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남도의 따뜻한 인심과 맛을 지켜온 이곳은, 순천 사람들의 자부심이 깃든 전통 한정식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집의 역사는 무려 60년. 오랜 세월 동안 세 번의 주인이 바뀌었지만, 음식의 맛과 정성만큼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할매들’이 있었습니다. 주방을 책임지는 서연심 할머니를 비롯해 20년 넘게 함께한 베테랑 조리사들이 여전히 큰 솥을 휘젓고, 뜨거운 불 앞에서 묵묵히 제철 반찬을 만듭니다. “손맛은 정성이요, 정성은 마음이여”라며 웃는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세월의 주름만큼이나 깊은 자부심이 배어 있습니다.
현재 한정식집을 이끌고 있는 김희숙 사장은 음식의 기본은 ‘좋은 재료’라고 단언합니다. 그는 매일 아침 순천 오일장을 직접 돌며 신선한 채소와 해산물을 고릅니다. 할머니들이 노지에서 직접 키운 채소, 어부들이 그날 새벽 잡아온 생선만을 사용하며, 모든 양념은 직접 담근 된장과 고추장, 젓갈로만 맛을 냅니다. “사 온 재료로는 남도의 맛을 낼 수 없어요. 손으로 만든 간이 들어가야 그게 진짜 밥상이지요.”
그의 철칙 덕분일까, 이 집의 밥상은 언제나 정갈하고 풍성합니다. 밥상 위에는 남도의 제철 나물들이 고소한 참기름 향을 품고 오르고, 큼직하게 썰어낸 생선조림에서는 짭조름한 양념과 바다 내음이 함께 어우러집니다. 특히 ‘진석화젓’과 ‘대갱이 무침’은 요즘 찾아보기 힘든 토속 반찬으로, 순천 토박이 손님들에게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반찬은 된장으로 간을 맞춘 ‘박나물’. 오래 끓인 된장국물에 박을 넣어 부드럽게 졸여낸 이 반찬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냅니다. “예전엔 박으로 찬거리를 많이 했지요. 값싸고 배도 부르니까.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맛을 잘 몰라요.” 김 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웃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잊혀진 맛’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이 집의 음식을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점심 무렵이면 식당은 늘 북적입니다. 순천 시민은 물론, 전라도의 손맛을 찾아 전국에서 몰려드는 손님들로 가득합니다. 밥 한술에 구수한 된장찌개, 나물 한 젓가락을 얹으면 “아, 이게 진짜 밥이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손님들 대부분은 식사 후 “이 맛은 다른 곳에서 못 느낀다”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습니다.
식당 안쪽 한 켠에는 오래된 항아리가 줄지어 놓여 있습니다. 그 안에는 김 사장과 할머니들이 직접 담근 된장, 간장, 고추장, 젓갈이 차곡차곡 숙성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고추장을, 가을이면 된장을 담그며, 그 과정마다 마을 사람들도 함께 힘을 보탭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이 집 된장은 집집마다 나눠 먹던 옛 정을 그대로 지켰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저녁이 되면 이곳은 또 다른 풍경으로 바뀝니다. 낮에는 손님들로 분주하던 주방이 잠시 한숨을 돌리고, 할머니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내일 담글 김치 이야기를 나눕니다. 누군가는 장독대에 쌓인 흙먼지를 털고, 또 다른 이는 내일 시장에서 살 재료 목록을 챙깁니다. 그들의 손끝에서 내일의 밥상이 만들어지고, 그 정성이 또 다른 하루의 손님에게 전해집니다.
세월이 흘러도 이곳의 맛은 여전합니다. 화려한 조미료나 인공적인 맛 대신, 순천의 햇살과 바람, 그리고 손맛이 배어든 밥상. 그 안에는 전라도 사람들의 느릿하지만 따뜻한 삶이 녹아 있습니다. 한 상 가득 차려진 정갈한 반찬 하나하나가 전통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도 순천의 한옥 밥집에서는 밥 짓는 냄새가 피어오릅니다. 오래된 돌담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그 안에는 삶의 흔적이 담긴 진짜 한정식의 향기가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 맛,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밥상. 그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남도의 시간과 정이 살아 숨 쉬는 또 하나의 고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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