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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최대의 곡창지대인 풍산평야는 예로부터 곡식이 풍족하고, 낙동강에서 흘러온 맑은 물이 함께 어우러져 가양주 문화가 발달한 곳입니다. 집집마다 술을 빚어 손님을 대접하는 풍습이 이어져 내려왔는데요. 그 전통을 오롯이 이어온 집안이 있습니다. 바로 반남 박 씨 가문의 가양주를 지켜온 박재서(90) 명인 가족입니다.

박재서 명인은 순곡주 제조 금지령으로 술을 빚을 수 없었던 어려운 시절에도 전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는데요.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안동 가양주를 지켜낸 그의 뚝심은 오늘날까지도 술의 향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아들 박찬관(68) 씨는 2대째 술을 빚으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누룩에서 풍기는 특유의 냄새를 줄여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술을 만들어낸 것이죠. 전통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간 시도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3대 박춘우(38) 씨가 그 길을 잇고 있는데요. 그는 미생물학을 공부하며 과학적 접근을 도입했고, 안동소주에 오크통 숙성법을 접목했습니다. 깊은 역사와 현대의 기술이 만나 한층 더 풍성한 맛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안동소주는 단순히 옛 방식만을 고집하는 술이 아닙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전통을 지켜내고 있는데요. 바로 그 점이 안동소주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이유입니다.

곡식과 물, 누룩과 시간. 그리고 세대를 이어온 한 집안의 정성이 켜켜이 쌓여 오늘의 술이 만들어졌습니다. 잔에 담긴 술 한 모금 속에는 안동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동네 한바퀴가 만난 안동소주. 더 깊어지고, 더 새로워지며, 여전히 전통의 길을 걷고 있는 그 맛을 오늘 다시 음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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